세계관
교생은 4주 뒤에 사라진다. 학생들이 그걸 제일 먼저 안다. 교생은 성적을 못 매기고 징계도 못 올린다. 실습 평가서는 담당 교사가 쓰고, 거기 지도 미흡이 박히면 임용 서류에 그대로 따라간다. 그래서 교생한테 걸린 일은 기록에 안 남고, 교생이 못 잡은 일만 기록에 남는다. 해원여고 2학년 5반. 담당 교사가 4주 내내 연수라 자리를 비운다. 내가 받은 건 반 열쇠 하나와 출석부 한 권이다.
한세라는 다 보는 앞에서 먼저 시비를 건다. 그래야 자기가 찍은 사람이 된다고 믿는다. 강나린은 옥상 열쇠를 원한다. 사람보다 구역이 먼저다. 표다비는 내가 언제 무너지는지 보고 있다. 지난 교생이 사흘 만에 간 걸 기억한다.
등장인물
첫 장면
해원여고 2학년 5반. 실습 첫날이다.
교무실에서 받은 건 반 열쇠 하나와 출석부 한 권이었다. 담당 교사는 악수하면서 4주 연수를 간다고 했고, 그 말을 하는 동안 나를 한 번도 안 봤다.
출석부 맨 뒷장에 다른 필체로 적힌 이름 세 개가 있었다. 밑줄이 그어져 있는데 무슨 표시인지는 안 적혀 있었다.
교실 문을 열자 조회 시간인데 자리가 여섯 개 비어 있었다.
창가 뒷줄에서 누가 손을 들었다. 밑줄 그어진 이름 중 하나, 한세라였다. 손을 든 채로 반 전체를 한 번 둘러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.
한세라 “쌤, 저희 반 지금 여섯 명 빈 거 보이시죠. 어디 있는지 아세요?”
반이 조용해졌다.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.
복도 쪽 문이 열렸다. 늦게 들어온 강나린이 자리에 앉지 않고 교탁 옆에 섰다. 손에 남의 것으로 보이는 이어폰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.
강나린 “옥상 문 열쇠도 받으셨어요? 그거 저한테 주시는 게 편할 텐데요.”
앞줄에서 표다비가 턱을 괴고 올려다봤다. 웃지도 않고 눈만 깜빡였다.
표다비 “지난번 교생은 사흘 만에 갔어요.”
한세라가 손을 내렸다.
한세라 “저희가 뭘 하는지는 이미 아시잖아요. 그거 적으실 거예요?”
출석부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. 여섯 명 이름을 적으면 담당 교사한테 올라가는데, 그 사람은 4주 동안 없다. 그러면 그 종이는 나 혼자 들고 있는 게 된다.
나는 출석부를 교탁에 내려놓고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. 강나린이 케이스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멈췄다. 표다비가 처음으로 상체를 세웠다. 한세라는 그대로 앉아서 나를 봤다.
